'암수살인'을 보고 밤길이 무서워진 30대 남자

80년대에 대한민국에 태어나 자라면서 이 나라만큼 안전하고 치안이 잘 된 나라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몇년 간 뉴스에서 나오는 소식들을 볼때면 가끔 등에 소름이 돋기도 한다. 

강남역 살인사건 및, 자극적인 제목으로 나오는 무작위 살인 등의 표현들은 나같은 소시민들에게는 정말 회식하고 집에 가는 길이 무서울 정도로 강한 충격을 준다. 

무표정한 표정으로 누군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하는 앵커의 표정만큼이나 나도 무표정하게 봐야 할 것 같지만, 

실상 나는 아직 그정도로 어른이 되지 못해서인지, 그저 무섭다. 

그런 내가 영화 한편 잘못 골라서 이 고생을 하고 있다.

극장 예매 1위라고 하여 호기심에 봤던 영화. 

김윤석이나 주지훈이라면 믿고 봐야지 하고 그냥 생각없이 덤빈 영화인데,

'암수살인' 을 보고 나오는 밤길에서 나는 20번 정도 뒤를 돌아봤다.

행여나 누군가 나를 쫒아오지 않나 겁이 나서리. 

내가 안전함을 느끼며 살았다고 생각했던 80년~90년대에도,

저렇듯 어디선가 누군가는 또 다른 누군가의 손에 죽임을 당하고, 

사건조차 인정되지 않아 경찰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은, 

즉 암수살인이 실제로 수백건이 있었다는 것이,

나에게는 더 소름이었다.

개인적으로 연기 잘하는 김윤석과 싸이코 연기 및 싸가지 연기의 일인자 주지훈의 콜라보는 박수를 쳐준다. 

특히 교도소에서 고백을 하는데도 비열해 보이는 주지훈의 연기는, 신과함께 이후 거의 물이 올랐다고 할 수 있겠다. 

20대에는 주온이나 링 같은 귀신 영화가 나의 주요 고객이었다면,

30대가 넘어가니, 이제 나에게 정말 무서운 건 나쁜 사람이 나오는 영화가 되어버렸다. 

살아보니 역시 제일 무서운 건 사람이더라는 것을 이미 영화에서 봐버린 것이다. 

귀신이야 그 자체로도 무서우니, 노답이고.

사람은 안 무서워야 하는 존재인데 내가 그 속을 알 수 없으니, 

예전에 봤던 웹툰 중 '멜로홀릭'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이 살인을 즐기는 남자와 여자가 서로 가면을 하고 만나 평범한 연애를 하는 듯 마는 듯. 

그리고 그것을 보는 관객들도 쫄깃한 긴장감을 계속 가지게 되더라. 

제임스 완 감독의 '더 눈'보다도 나에게는 더 무서웠던 영화 '암수살인'

강추한다. 정말 배우들 연기를 레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