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마니산 겨울 등산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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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새벽 4시에 알람이 울린다. 

전날 자정이 넘어서 잠들었으니 꼬박 4시간을 채 못자고 일어났다. 

지난 한달간 나를 공포에 떨게한 회사 겨울 산행이 잡혀 있는 날이다. 

집에서 강화도 마니산까지 60km에 달하는 거리를 달려 정확히 07:00까지 입구에서 일행과 조인하여야 한다. 

머리도 감지 않았다. 어차피 산에 올라가기 시작하면 머리 떡질게 뻔한데.

세수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땀이 나서 얼굴 엉망될텐데. 

옷도 대충 입었다. 어차피 땀에 쩔어 냄새 날텐데. 

제대로 된 산행을 거의 10년만에 해보는 나로서는 아이젠이라는 것도 정말 신기해하는 가여운 초짜중의 초짜였다. 

 

차를 몰고 내달리니, 정확히 용산에서 마니산 입구까지 1시간 25분 걸린다. 새벽이라 사람도 없고 차도 없어서 그런듯 하다. 북쪽으로 올라갈 수록 차가운 공기가 실감나게 다가온다. 여기가 이정도면 북한은 대체 얼마나 추울까 하는 생각이 들며 강화도 초입 편의점에서 커피를 하나 사서 마셨다. 

 

등산로 입구에 도착하니 아직 일행은 오지 않았다. 

이미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사람들도 있다. 저 사람들은 대체 몇시에 올라간거지? 존경스럽고 존경스럽다. 

참성단이 오늘의 목적이라고 한다. 흐음,,, 구글 지도로 이미 살펴본 산행로는 그다지 힘들어보이지 않았지만, 위성으로 보는 것과 실제 가는 것은 얼마나 다르겠는가. ㅎㅎ 

 

일행이 대충 모였다. 산행적 간단한 몸풀기 체조를 마치고 슬슬 발동을 건다.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초반에는 아스팔트 길이다. 만만하다. 이정도만 유지되도 한시간은 걷겠다. 

다들 여유롭게 웃으며 출발 한다. 공기는 차지만 바람이 불지 않아 다닐만 하다. 

출발 전 물 한병과 귤 하나씩을 받았다. 비상식량? 정도로 인식하면 된다. 나는 귤을 포기하고 물만 받았다. 집에 사둬도 먹지 않는 귤을 여기서 먹을것 같지는 않았다. 

 

응? 이건 뭐지? 

팥빙수를 판다는 현수막이다. 이 겨울에 ㅋㅋㅋ 

오늘 기온이 대략 영하 10도는 되는 듯 하다. 뭐든 얼려버리는 날씨이니 시원한 팥빙수인것은 확실하다. 

 

 

조금씩 가파른 길이 나오기 시작하고 흙길리 시작된다.

쭈욱 올라가는 계단이 나오기 시작하니 다들 탄식이 나온다. 감탄의 탄신은 아니다. 한숨이 갈수록 깊어진다. 

같이 오르는 일행분 중 "이 등산로 끝에 무시무시한 계단이 있다. 372 계단이라고 다리가 풀린다."

그 말을 들으니 더 올라가기가 싫어진다. 등산을 끝냈을때의 성취감따위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어쨋든 육체적으로 고생하는 것을 싫어하는 나의 나태함이 이미 그 계단을 눈앞에 두고 울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많은 사람들이 스틱을 가지고 오셨다. 하지만 저 스틱들도 2km를 넘어서는 구간부터는 가방으로 들어가버린다. 

큰 바위가 많아 손을 이용해서 넘어가야 하는 코스가 대부분이다 보니 스틱이 제 역활을 못한다. 

나는 애초에 비싸서 사오지도 않았다.

 

엄청 올라온거 같은데 이제 매표소에서 1.9키로다. 이미 40여분이 지났는데 말이다.

인터스텔라가 떠오른다. 우주의 한 행성에서 보내는 1분이 지구의 1년이라는. 

마니산에서 느꼈던 40분은 사실 체 15분여 밖에 되지 않았다. 

마니스텔라 이론 !! 

 

겨울 나무 가지 사이로 떠오르는 해가 보인다. 

어르신들이 감탄사를 뱉어낸다. 나는 그다지 감동스럽지는 않다. 

수많은 나라에서 일출을 봤지만 항상 똑같은 태양을 본다는 것이 머리속에 이미 박혀 있어, 별 다른 감흥이 오지는 않는다. 

 

가끔 고양이들이 나무 사이로 지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산에 사는 산고양이들이다. 아마도 등산색이 주는 간식을 먹이 삼아 살아가는 듯 하다. 사람을 보아도 도망가지 않는다. 

 

3km정도 올라가니 전망이 좋은 포인트가 나온다. 사람들이 다들 셀피를 찍고 있기에 나는 풍경사진만 찍었다. 

날씨가 더 좋은 날에는 멀리 있는 수평선이 보인다고 하는데, 오늘은 좀 흐리다. 

 

정상에 가까워지니 일부 아주머니들이 바위에 앉아 보온병에서 커피를 따라 드신다. 컵라면을 준비해오신 분들도 있다. 컵라면 냄새에 나도 한입 달라고 할 뻔 했다. 산 위에서 나는 라면의 냄새는 거의 마약 수준이다. 

 

참성단에 가까워졌다. 여 이정표를 보기 위하여 위에서 말했던 300개가 넘는 계단을 올라왔다.

간만에 다리가 풀리는 경험을 한다. 정말 나는 저질 체력이다. 군대는 어찌 다녀왔는가... 

 

참성단에서 바라본 강화도 아랫 마을 모습이다. 

겨울산은 왠지 옷을 벗고 있는 가여운 모습이다. 그만큼 추워 보인다. 

전망대에서 찍은 사진도 있지만, 동행자분들의 초상권도 있어 사진은 빼겠다. 

대신 정상 도착 3분 전 찍은 파노라마 사진으로 대체하자. 

올라가는 시간 정확히 1시간 40분 소요 !!

하산시에는 1시간 10분 정도 걸렸다. 

하산할때는 발걸음이 그렇게 가벼울수가 없다. (화장실이 급한 이유도 있었다.)

 

 

다시 가라고 하면 가지는 않겠지만, 일년에 한번정도 이런 경험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강화도 굴이 맛있다는데, 굴을 먹을 정도의 정신은 없었다. 다음 기회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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