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외국어 교육의 시작과 끝

반응형
반응형

"빠까" 를 외치는 우리 두 아이는 오늘도 러시아 유치원에서 헤어지는 친구들에게 러시아어로 헤어짐의 인사를 나눈다. 

그리고 하교길에 만나는 다른 친구들에게는 "헬로우 막심"이라고 하며 영어로 인사를 나눈다.

집에 돌아오면 "엄마 배고파요." 라면서 한국어로 말을 한다.

아직 세가지 언어가 모두 완성형도 아닌, 진행형이지만, 어찌되었건 세가지 언어를 상황에 맞추어 적절하게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의 어린시절 영어 공부에 대한 나의 고민과, 그 답을 이제야 조금은 찾아간다는 기쁨이 들기도 한다. 

 

 

어린시절 어머니는 윤선생 영어 교실로 나의 영어 스타트를 시작해주셨다. 그리고 나는 윤선생 담당선생님과 아침마다 전화를 통해 그 전날 공부 내용에 대한 테스트를 받는 것으로 몇년을 보냈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영어는 말이 트이기 전에 이미 문법에 통달해 있었고, 중학교 1학년 시절 이제 To부정사에 대한 완벽한 개념 이해 및 우선순위 영단어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의 반 이상을 달달 외우고 있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영어로는 읽을 수 있으나 대화는 하지 못하는 영잘못 아이였다. 

물론 지금의 나는 영어로 미팅을 주관하고 하루종일 외국인과 영어로 업무를 보며, 어지간한 영어 구술 시험에서는 쉽게 1등급을 받을만큼 충분한 회화능력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 이런 정도의 수준을 만들기 위해 내가 고민하고 고민하며 공부법을 바꿔왔던 지난 20년을 생각하면 지금의 결과가 그렇게 큰 보상은 아니라는 점이다. 

나의 아이들은 나같은 영어시련을 겪지 않고 귀로 먼저 익혔으면 했으며, 이런 목표를 바탕으로 퇴근 후 아이들에게 일상 대화에서도 조금씩 영어를 쓰는 빈도를 높여 갔다. 

두 아이가 서로 대화를 나눌때도 가끔 영어가 한 문장씩 터져나오는 것을 볼때면, 아직은 내가 잡은 방향성이 맞구나 하는 생각에 안도가 되기도 한다. 

 

 

내가 한국식 영어 교육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해온 노력은 수없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옸던 것은, 미국 드라마를 자막없이 봤던 것과, 영어 원서책을 읽기 시작했던 것이다.

지금이야 업무때문이라도 영어로 된 절차서나 기술서적을 자주 읽어야 하기에 따로 책을 골라서 읽는 노력은 게을러졌지만, 드라마는 여전히 챙겨보고 있다. 

특히나 회화가 자유로워진 뒤로는 발음에 조금더 집착을 하게 되어 영국 드라마마 골라보던 시기도 있었다. 

영어귀가 뚫리면 영국 영어에 매료된다고 하더니 내가 딱 그 짝이었다. 

나같이 오만과 편견 같은 영드를 그런 목적으로 봤던 분들도 꽤나 많을 것 같다. 단지 배우들의 그 영어 발음이 너무나 매혹적이서 말이다. 

이제 막 언어를 시작한 아이들이 아직은 언어에 대한 주종목을 정하지는 못한 듯 하나, 문법에 대한 이해 하나 없이 조금씩 문장을 써가며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을 볼때면, 최소한 이 아이들이 나처럼 맨투맨이나 성문종합영어를 붙잡고 씨름을 하면서 외국어 공부는 하지 않겠구나 싶다. 

 

 

영어는 언어이고, 문화라고 누군가 그랬다. 공부를 하는 과목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기에 몸으로 느끼고 눈으로 익히고 입으로 익히는 것이지, 손으로 써가며 공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리라. 

어느정도의 익힘이 익숙해지면 그때부터는 호기심 만으로도 더 왕성한 어휘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외국어 교육의 최선의 방법이다.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